【스튜디오】
▶엄지민
안녕하세요. 엄지민입니다. 현상 이면에 숨겨진 사실을 좇아, 팩트추적! 지금 시작합니다.
【인트로】
법이 정한 최소한의 울타리,
그 경계 위에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최소한의 임금도,
[김애란 / 방문요양보호사 : 계산하면 주휴수당 연차수당 그런 것까지 계산해서 최저 시급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최소한의 휴식도,
[현태봉 / 경비노동자 : '휴게 시간이 대략 이 정도인 거다'라고 돼 있는데 저희는 휴게 시간이라고 해서 (자리를) 비울 수가 없어요.]
최소한의 보호도 받지 못한 채,
[안경선(가명) / 무용수 : 저희가 공연 당일, 리허설 때 사고가 났었고 발을 딛는 곳이 떨어진 곳이었던 거예요.]
오늘도 계속해서,
최소한의 권리 밖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
[남우근 / 한국비정규노동자센터 소장 : 노동법적 보호를 받아야 됨에도 불구하고 너는 노동자가 아니야라고 배제했던 노동자들을 일단 노동법 내로 어떻게 넣느냐가 일차적인 과제다.]
현실과 제도 사이,
그 빈틈에 놓인 권리 밖 노동자들의 실태를 짚어봅니다.
【스튜디오】
▶엄지민
오늘의 팩트체커 김혜린 기자와 함께합니다.
김 기자 오늘은 권리 밖 노동자에 대한 이야기 해볼 텐데 말 그대로 노동권이나 노동법 테두리에서 벗어난 노동자를 가리키는 거죠.
▶김혜린
그렇습니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지위가 명확히 인정되지 않아 노동관계법에서 보장되는 권리에서 비켜나 있는 사람들이 해당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경우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일한 대가를 받지 못해도 이를 바로잡는 데 제약이 따르고, 최저임금이나 퇴직금 같은 기준도 적용 여부를 두고 다툼이 생기기 쉽습니다.
또 일터에서 안전에 위협을 받아도 완전하게 보호받지 못하기도 합니다.
▶엄지민
주로 어떤 사람들이 여기에 해당됩니까?
▶김혜린
특수고용자와 프리랜서, 플랫폼 종사자 등이 대표적인데요. 비전형 노동자, 그리고 비임금 노동자라고도 불립니다.
▶엄지민
이런 노동자들의 규모는 얼마나 됩니까?
▶김혜린
어떤 노동을 포함할지 규정하기가 어려워 그 규모를 산정하기 쉽지 않습니다. 기준이나 집계 방식에 따라서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관련 연구에서는 권리 밖 노동자를 약 293만 명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11월 기준 경제활동 인구 조사에서 임금 근로자 수는 2,253만 명으로 노동자 10명 중 1명 이상이 '권리 밖 노동자'인 셈입니다.
사각지대에 놓인 노동자들 중에서도
권리 공백이 가장 선명하게 드러나는 이들을 만나봤습니다.
【 VCR - 1 】
경쾌한 고음이 무대를 가득 채웁니다.
한 음, 한 음 쌓아 올리며 객석을 사로잡았던 성악도 박송희 씨.
오페라의 주역, 프리마돈나를 꿈꿨던 그녀는,
이제 더 이상 무대에 설 수 없습니다.
[박원한 / 고 박송희 씨 아버지 : 이때가 마지막이 될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송희 씨 아버지의 시계는
지난 2018년 9월에 멈춰있습니다.
[박원한 / 고 박송희 씨 아버지 : 이걸 제가 카톡의 배경 사진으로 항상 갖고 있어요. 다른 사람들은 바꿔야 하지 않느냐, 자꾸 생각이 나지 않느냐 그러는데 저는 안 그래요. 제 카톡도 송희하고 있던 걸 넣었는데 지금 7년이 넘도록 그대로 쓰고 있습니다.]
대학원 마지막 학기를 남겨두고,
학비를 마련하기 위해
오페라 공연 연출 아르바이트를 한 송희 씨.
김천시가 운영하는 공연장에서 무대 색칠 작업을 돕던 송희 씨는 7m 높이에서 추락해 숨졌습니다.
[박원한 / 고 박송희 씨 아버지 : 무대에서 다쳤으면 심각한 정도는 아니겠지. 그 정도는 생각했죠. 그런데 거기서 제가 들은 소식은 상태가 그렇게 좋지 않다는 걸 듣게 되죠. 아내는 울면서 병원에 도착하는 순간까지 울면서 계속 기도를 했어요.]
누구라도 떨어질 수 있는 위험한 장소였지만,
현장에서는 어떤 안내도, 안전장치도 없었습니다.
사고 이후, 책임을 둘러싼 법적 다툼이 이어졌습니다.
유족 측은 김천시를 상대로 긴 소송을 이어가야 했고, 항소심은 지자체에 ‘안전 장치 부실’ 책임이 있다며
사고 3년 만에 배상 판결을 내렸습니다.
[박원한 / 고 박송희 씨 아버지 : 이건 인재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고에) 대해서 자기네들이 책임을 지고… 진심 어린 사과 그런 걸 먼저 앞장서서 처리하는 모습을 보여줬다면 제 판단이지만 법정 소송까지 가지 않는 그런 것도 있지 않았겠나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송희 씨 사례는 예술인의 노동 환경과
산재 사각지대 문제를 사회에 각인시키는 계기가 됐지만, 비슷한 사고는 여전히 반복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8월, 무용수 안경선(가명) 씨는 공연 리허설을 하다 약 3미터 아래로 떨어졌습니다.
이 사고로 장 씨는 폐 일부와 비장을 떼어내는 큰 수술을 받아야 했고 손가락과 턱, 갈비뼈도 골절됐습니다.
지금도 재활 치료를 받고 있지만, 다시 무대로 돌아갈 수 있을지는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안경선(가명) / 무대 추락 무용수 : 뼈만 다쳤다 해서 뼈만 붙으면 되는 부분이 아니라 주변 근육이나 이제 인대나 이런 데도 다 손상이 됐기 때문에 이거는 재활이 얼마나 걸릴지도 보장이 안 된다라고 하시더라고요.]
리허설 도중 다쳤지만 아무 보상을 받지 못한 경선 씨.
치료로 인해 소득이 끊기는 이중고도
예술인 개인이 고스란히 떠안는 실정입니다.
[안경선(가명) / 무대 추락 무용수 : 보상은 아예 받지도 못했고 치료비나 병원비까지 온전히 제가 지금 안고 있는 상황이에요. 지금 감당하기가 좀 큰 액수다 보니까 (재활 치료를) 중단해야 하는 얘기도 지금 나오고 있거든요.]
계약서 상에는 공연단체가 산재보험에 가입하도록 명시돼 있었지만, 실제 가입은 이행되지 않았습니다.
주최 측과 극장이 사고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안경선(가명) / 무대 추락 무용수 : 극장이나 공연 주최 측에서도 사과 한마디 일절 없으시고 세종시 극장 측에서도 이거는 보상이 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최대한 도와주겠다 했는데 그 이후로 아예 연락도 없는 상태고요.]
사과도, 보상도 없는 시간이 흘러가고 있습니다.
[안경선(가명) / 무대 추락 무용수 : 계속 악순환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 부분을 법 제도나 아니면 예술인들이 많이 인식을 갖고 나아가야 한다고 많이 생각이 들고 있어요.]
지난 2023년, 오페라 리허설 도중 400kg에 달하는 무대 장치에 깔린 성악가 고 안영재 씨.
[고 안영재 / 성악가(지난해 8월) : 저는 지난해 3월 뜻하지 않은 무대 사고로 외상성 뇌출혈과 경추 3번부터 6번의 척수 신경 손상을 입어 전신마비 환자가 되었습니다.]
안 씨는 프리랜서 예술인 신분으로,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했고
산재보험 적용 대상에서 제외됐습니다.
때문에 억대 규모의 병원비를 혼자 감당해야 했고,
지난해 10월 약물 부작용에 따른 심정지로 숨졌습니다.
[중대재해전문가넷 (기자회견) : 예술인의 노동과 생명은 어떤 산업 종사자와 다르지 않다. 법과 제도는 예술인 또한 노동자로 인정하고 그들의 안전을 동등하게 보장해야 한다. 고인의 죽음이 헛되지 않기를 바란다.]
비슷한 사고가 반복되자 시민사회는 물론 국회에서도 실질적인 대책을 촉구하고 있지만,
[진종오 / 국민의힘 의원 : 계속해서 추락사고가 나고 있습니다. 2022년도에는 소품이 떨어져 출연자가 다치고 스피커가 낙하해서 머리를 다치는 사고도 있었고 안전사고가 계속 반복되고 있는데….]
최소한의 보호 장치로 꼽히는 예술인 산재보험은
가입 여부가 자율에 맡겨져 있고, 예술 활동 증명 등 별도 가입 기준을 충족해야 합니다.
그 결과, 정부가 파악한 예술인 산재보험 가입률은 고작 2%.
제도가 닿지 않은 노동의 그림자 비용은 결국 개인이 떠안고 있습니다.
【스튜디오】
▶엄지민
결국 제도가 있는데도 보호받지 못하는 상황인 건데 이게 비단 예술인만의 문제는 아니잖아요.
▶김혜린
그렇습니다. 이런 구조는 예술인뿐만 아니라 플랫폼 노동자, 프리랜서, 특수고용노동자 등 권리 밖 노동자 전반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문제입니다.
【 VCR - 2 】
요양보호사 김애란 씨는 하루에 4시간 일합니다.
수급자 집을 방문해 집안일이나 식사를 돕기도 하고, 함께 산책하거나 병원에 동행하기도 합니다.
주로 민간 노인재가센터와 맺는 1년 단위 근로계약.
처우는 최저임금 수준이고, 장기근속 장려금과 4대 보험은 한 달 60시간 이상 1년을 일해야 받을 수 있습니다.
[김애란 / 요양보호사 : (한 달 근무 시간) 60시간이 안 되는 분들은 4대 보험도 안 되고 장기근속 장려금도 대상이 안 돼요. 그래서 60시간 이상이 돼야 4대 보험, 퇴직금을 받을 수 있고….]
하지만 이마저도 서비스 대상자가 건강이 나빠져 병원에 입원하거나 사망할 경우 일은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그대로 끊기고 맙니다.
고용은 불안정하고, 쌓아온 경력을 인정받기도 어려운 겁니다.
[김애란 / 요양보호사 : 고용불안을 느끼죠. 언제 어르신이 아파서 돌아가시게 될지 모르니까 또 언제 어르신이 병원에 가게 되실지 모르니까 오지 말라고 그러면 또 다 못 가고 그런 것도 많고.]
누군가를 돌보는 노동자이지만
정작 자신의 권리를 마땅히 주장하긴 어렵습니다.
[정찬미 / 전국요양보호사협회 협회장 : 업무 범위가 분명히 있는데도 업무 범위 외의 일을 너무 많이 시킨다든지 그 일을 하지 않으면 이제 하루 아침에 일자리가 없어지는 그런 수난을 많이 겪고 있어요. 일하다 다쳤을 때는 그때 치료도 받지를 못해요. 그 시간에 치료를 받으면 안 되게 돼
있거든요. 그런 게 굉장히 불합리하게 돼 있다.]
9년 차 경비노동자 현태봉 씨.
법에 규정돼 있는 경비 업무 이외에도 주민들의 이런저런 요청을 들어주고는 합니다.
[현태봉 / 경비노동자 : 제 기억으로는 자전거 조립을 한번 해드렸던 적이 있었고요. 좌변기 물 이 안 내려간다 이런 건 흔한 거고 이런저런 기구 조립하는 걸 어려워하시면 그런 것도 해드리고 형광등 갈아드리는 것도 해드리고 다 합니다. 최근에 수전 수리도 했었네요.]
아침 6시에 출근해 18시간을 근무하고 밤 12시에 퇴근합니다.
그리고 이틀을 쉽니다.
휴게 시간이 정해져 있지만, 업무 특성상 업무 시간과 휴게 시간을 구분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현태봉 / 경비노동자 : 점심시간이 12시부터인데 오후 1시까지만이라도 제대로 좀 챙기자라고 해서 얘기는 하는데 그럼에도 실제로는 그냥 대부분 여기서 있어요. 그러니까 이게 근무 시간인지 휴게 시간인지 사실 구별이 정확하진 않아요.]
하지만 매년 휴게 시간은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인건비를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아파트마다 휴게 시간을 늘리고 업무 시간을 줄이는 겁니다.
[현태봉 / 경비노동자 : 하나의 특징은 (입주민들이) 주위 아파트와 비교를 해 봐요. 우리는 몇 세대고 몇 명이 이렇게 경비 노동자가 있고 경비비는 얼마씩을 드는지를 비교해 보고 '어 우리는 조금 인원수가 많았네. 경비비가 좀 많이 들어갔네.' '(경비노동자) 휴게 시간 몇 시간이에요?' 물어보고 맞춰보고 이게 입주자 대표회, 용역업체, 관리사무소와 이렇게 서로 이렇게 소통하면서 그렇게 해가고 있는 것 같아요.]
계약 기간도 문젭니다.
현 씨의 경우 무기계약직으로 일하고 있지만
경비 노동자의 절반 정도는 3개월마다 계약서를 씁니다.
별다른 문제가 없다면 자동으로 갱신된다고 하지만, 불안은 늘 따라붙습니다.
[현태봉 / 경비노동자 : 문제가 있으면은 해고되기 십상이다 보니까 최소한 근무의 안정성을 위해서라도 일반적으로 비정규직들은 1년은 너무 짧다 제대로 늘려달라 무기계약직을 요구하자는 이야기를 합니다만 경비노동자는 현재가 3개월이다 보니까 최소한 1년으로 요구하고 있습니다.]
【스튜디오】
▶ 엄지민
노동의 형태는 복잡하고 다양한데, 이런 현실을 법이 제대로 담아내지 못하고 있는 것 같네요.
▶ 김혜린
네, 권리 밖 노동자에 대한 문제는 하루이틀 된 일이 아니죠. 그만큼 그동안 개선하고자 하는 노력도 이어져 왔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부족하다고 권리 밖 노동자들은 한목소리로 말하고 있습니다.
【 VCR - 3 】
대리운전 기사 이광원 씨는
대표적인 '권리 밖 노동자'인 특수형태근로종사자입니다.
[이광원 / 대리운전기사 : (저녁) 7시부터 새벽 한 2시까지 이 정도 늦으면 새벽 3시 그러니까 일하는 시간이 점점 길어지고 있어요.]
경우에 따라 노동자 같기도, 사업주 같기도 한 탓에 노동관계법의 제대로 된 보호를 받지 못합니다.
[이광원 / 대리운전기사 : 저희가 재작년부터 최저임금을 결정할 때 플랫폼 노동자들도 최저임금에 포함시켜 달라고 요구를 했어요. 물론 이제 여러 가지 조사가 미흡하다. 정확하지 않다고 해서 이제 보류가 되었고….]
대리운전 기사의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성이 인정된 판례는 있지만, 현장에선 여전히 노동자로서의 지위와 권리가 충분히 보장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광원 / 대리운전기사 : 대법원 판례에서는 노동자로 인정을 하겠다라고 지금 나와 있고 또 그래서 저희도 이제 대리운전 노동조합을 설립해서 지금 일을 하고는 있습니다. 법적으로는 하고는 있는데 현실적으로는 노동자로 인정받고 있지를 못하죠.]
하지만 산업안전보건법은 일부 조항만 제한적으로 적용될 뿐 위험한 상황에서 작업을 중단할 권리,
즉 작업중지권을 실질적으로 행사하기는 어렵습니다.
실제로 대리운전 기사 10명 중 7명이 운행 중 폭언이나 폭행 피해를 경험한 것으로 조사된 가운데, 노조 측은 실질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이창배 /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 위원장 : 더 이상 죽음으로 내몰지 마라! 가해자를 엄벌하고 재발 방지 대책과 법 제도 개선에 즉각 나서라!]
전문가들은 노동관계법이 보장하는 권리와 그 적용 대상이 제한돼 있다는 점이 또 다른 차별을 낳는다고 지적합니다.
[남우근 / 한국비정규노동자센터 소장 : 이들은 고용보험법이나 산재보험법이나 산업안전보건법에 일부 직종만 적용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원래는 적용 대상이 아니지만 일부를 적용해 주겠다' 뭐 이런 뜻이지요. 그런데 직종을 제한하고 있어서 사실은 그 노동자들을 전체적으로 적용하는 것도 아니고, 그리고 특례 적용인데 일반 노동자들이 적용받는 거와 좀 다르게 굉장히 좀 차별적으로 협소하게 적용하고 있는 문제가 있습니다.]
【스튜디오】
▶엄지민
일은 하고 있지만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면서 생기는 문제들이 꽤 많아 보이는데요.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결국 근본적인 문제는 노동자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볼 것인가? 여기에 달린 것 같아요.
▶김혜린
네, 지금의 노동법 체계는 모든 갈등 상황에서
먼저 노동자인가 아닌가를 가립니다.
근로기준법 등은 법적으로 노동자로 인정되는 사람들에게만 적용될 수 있도록 설계된 겁니다.
그 결과 플랫폼 노동자, 프리랜서, 특수고용직 등
현대 노동의 다양한 형태는 법의 울타리 밖으로 밀려나는 경우가 많은 상황입니다.
▶엄지민
이런 문제에 대해 시민 사회와 정부 차원의 논의나 대책도 진행되고 있는 상황일까요?
▶김혜린
네, 최근 국회에서는 ‘일하는 사람 기본법’이 발의됐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인 권리 확보를 위해서는 세심한 논의가 필요해 보입니다.
【 VCR - 4 】
시민단체 직장갑질 119가 지난해 9월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프리랜서, 특수고용직, 플랫폼 노동자의 고용보험 미가입 비율은 68.3%로
상용직 7.7%보다 9배 가까이 높았습니다.
건강보험 미가입 비율 역시 이른바 권리 밖 노동자가 29.6%에 달했습니다.
[오진호 / 직장갑질119 집행위원장 : 산업재해가 일어날 정도로 아프거나 혹은 너무 아파서 업무를 할 수 없는 동안에도 억지로 참고 일하는 비율이 프리랜서, 특수고용직, 플랫폼 노동자가 굉장히 높다.]
이들 가운데 71.6%는 근로기준법 적용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고 응답했습니다. 우리 법체계에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단 겁니다.
[오진호 / 직장갑질119 집행위원장 : 법의 테두리 내에 있는 보호받을 수 있는 계층을 늘리는 게 제가 봤을 때 제일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 들거든요. 그러기 위해서는 새로운 법을 만들어서 입법하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포괄할 수 있는 사람들을 더 포괄할 수 있게 하는 것인데 현행법이 그렇게 되어 있지 않고.]
이런 문제의식 속에서 정부는 지난해 9월, '일하는 사람의 권리 보장'을 목표로 한 일터 기본법 추진 계획을 밝혔습니다.
이후 지난달 국회에선 그 취지를 담은
'일하는 사람 기본법'이 발의됐습니다.
이 법은 고용 형태나 계약 방식과 관계없이
보수를 받고 일하는 사람을 보호 대상으로 정하고,
사업자는 서면으로 교부한 노무제공계약을
합리적 이유 없이 일방적으로 변경하거나 해지해서는 안 됩니다.
위반 시 분쟁조정을 신청할 수 있지만, 이 법 역시 실효성에는 물음표가 붙습니다.
[오진호 / 직장갑질119 집행위원장 : 사실 현재 제출된 법안을 봤을 때에는 선언적인 문구들 정도만 있고 실질적으로 이들을 보호해주고 있지는 못하거든요. 과태료 조항 하나 있는데, 이 역시도 불리한 처우에 대한 과태료 조항이기 때문에 실효성이 굉장히 많이 떨어지고요.]
노동계는 근로기준법을 전면 개정해 실질적으로 노동을 제공하는 사람들을 근로자로 인정하고,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게 하는 것이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주장합니다.
[오진호 / 직장갑질119 집행위원장 : 사각지대에 있는 프리랜서, 특수고용직, 플랫폼 노동자들이 보호막 안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하는 광범위하고 종합적인 대책들이 필요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스튜디오】
▶엄지민
일하는 사람 기본법엔 제도 밖 노동을 포괄하겠다는 목표가 담겼지만 선언에 그칠지 실제 보호로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김혜린
네, 새로운 법을 만드는 게 해법일지,
근로기준법을 손보는 게 더 현실적인지,
현장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었는데요.
어떤 방식이 권리 밖 노동자를 제대로 보호할 수 있을지 계속해서 따져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엄지민
네, 김 기자 수고 많았습니다.
오늘 팩트추적은 여기까집니다.
저희는 다음 시간에도 현상 이면에 숨겨진 사실을 좇아, 시청자 여러분 목소리에 귀 기울이겠습니다.
함께해 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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